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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해외영업(수출)에 실패하는 이유 | 슬기로운 ㅈㅅ생활 #12

Roque Hong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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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해외영업(수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보자

 

우선, 제목에 어그로를 끈 점 사과한다.

그러나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해외 시장에 수출을 통한 신 시장 개척과 대박의 꿈을 안고 있겠지만, 극소의 중소기업만이 수출에 성공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며, 어찌어찌 1차 발주까지 받아 내더라도 후속 발주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늘은 중소기업의 해외 영업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를 살펴보고, 중소기업이 수출에 성공해 무역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중소기업 수출 실패의 이유 1 : 기본 역량의 부족

 

중소기업 수출 실패의 가장 기본적이며 원초적인 이유는 바로 기본 역량의 부족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대기업 수준의 쳬계화된 업무 프로세스나, SKY 또는 업계 풍부한 경력을 가진 인재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기본 역량이란, 시간, 공간적인 제약은 물론 언어, 문화적 장벽을 넘어 거래를 이뤄내기 위한 말 그대로 회사의 "기본기"가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기본기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

많은 중소기업에서 수출을 한다 할 때 이뤄지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 어느날 A회사 사장님이 거래처에 방문했다가 경쟁사가 미국에서 수출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회사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딱히 부족한 점이 없어 보인다.
    제품 수준은 비슷한 것 "같고", 가격은 맞출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나는 굴지의 A회사를 일궈낸 "회사 대표"가 아니던가!
    처음 맨 땅에 사업을 일궈내던 시절을 생각하며, 끈기와 노력으로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출근한다.

    출근해 보니, 회사엔 수출을 경험해 본 사람도, 심지어 영어가 되는 인력도 없다.
    일단 공고를 올린다. 여유가 돼서 해외영업 팀장까지 뽑으면 좋겠지만 팀장은 급여도 부담스럽고 회사 인사 체계가 갖춰지지 않다 보니 뽑기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보통 이 시점에선 "대리"급 실무자나 "영어 좀 하는", "무역학과"출신 신입을 뽑는다.
    자, 어찌어찌 해외영업팀을 꾸렸다. 이제 얘들이 내 꿈을 이뤄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어째 한 달.. 두 달.. 몇 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무역 경력 20년의 "무역 전문가"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용하다는 박람회에 "출품"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소득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운 좋게 오더가 들어왔다!
    헐레벌떡 확인해 보니 이게 웬일!! 무슨 오더 수량이 옆 사무실 박사장 정기 수량만도 못하다!!!
    이거 팔아서 뭐 하나 싶으니 사장은 흥미를 잃는다. 들어간 인건비를 생각하면 손해가 막심하나, 그렇다고 사람은 자를 수도 없으니 무역팀은 점차 관심에서 벗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무역 실무자가 퇴사한다. 일단은 벌린 일이니 하나 더 뽑아서 인력을 대체해 본다.
    그러나 새로 온 인력도 얼마 못 버티고 퇴사한다.
    그렇게 A회사 무역팀은 스리슬쩍 사라지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우린 아니겠지? 팀장까지 뽑았으니.라고 생각하는 당신. 당신은 버전 B에 불과하다.

 

무역은 서류가 하는 일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역 실무는 서류가 하는 일이지만, 사실 수출에서 무역은 물건을 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결국, 다른 영업과 마찬가지로 수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관계에 소홀한 수출 사업은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쉽게 말해, 수출에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팀을 갖췄는지가 아닌, 잠재 바이어와 제대로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수출은 한 명의 실무자 만으로도 이룰 수 있지만, 제대로된 관계를 맺을 준비가 없다면, 팀 전체를 구성하고도 성공할 수 없다.

이 업체와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어학을 준비하는 것이며, 박람회에 참여하여 직접 대면을 하는 것이고, 필요한 경우 온라인 미팅을 통해 서로 대면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지, 어학 수준이나 박람회 참여 또는 온라인 미팅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그 어떤 제대로된 관계도 맺을 수 없다. 그리고, 제대로된 관계는, 제대로된 사람만이 맺을 수 있다. 그것이 직급이건, 권한이건, 실무 경험이건 간에.

 


 

수출 실패의 이유 2 : 전략적 접근의 부재

 

업체와 제대로된 관계를 맺을 준비가 잘 되어있고, 이를 위한 인적, 자원적 인프라가 잘 구축되었다고 수출이 쉽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다 한들, 관계를 맺을 대상을 못 찾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바로, 전략적 접근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동안 여러 중소기업을 위해 일해오기도 했고, 내가 어떻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시장에 진출했는지 궁금해하며 노하우를 물어보는 중소기업 대표님들이나 실무자를 많이 만나 오면서 느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대부분의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에 제대로 된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업체 대표님들은 내가 "어느 시장"에서 성공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실무자 분들은 내가 "어느 거래처"를 뚫었는지를 궁금해하고.
내가 "왜" 그 시장을 타게팅했고, "어째서" 이 거래처와 이어졌는지에 대해서 관심 갖는 사람은 아직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100% 모든 사실을 말해줄 생각도 없지만.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street)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즉석에서 쥐고 있는 펜을 자신에게 팔아보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언급되는 "수요와 공급"은 무역 거래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 원리이다.

대표님들이 물어보는 "어느 시장"은 보다 수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엔 심각한 맹점이 하나 있는데, 그 시장에 내가 "어떤 형태로" 진출했는지에 따라 동일 수요가 완전히 소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 예를 들어, 내가 러시아에 소주를 수출했다 생각해 보자.
    대박! 러시아에 한국 소주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니!
    해당 정보를 입수한 거래처 사장님은 서둘러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TF를 꾸린다.
    그런데, 내가 뚫은 거래처가 러시아 수입 주류 핵심 총판이라면?

    안타깝게도 내가 러시아 거래처와 관계를 시원하게 말아먹는 것이 아닌 이상, 같은 수요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에서도 수요가 있어야 기회가 있다

무역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역 거래도 일반 국내 거래와 아주 큰 차이는 없다. 국내 거래처들도 필요해야 물건을 주문하듯, 해외 잠재 고객들도 당연히 "수요"가 있어야 구매를 "검토"라도 한다.

그리고 이런 "수요"는 적절한 시장 조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동종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주요 시장조사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모든 조사를 끝내면 안 된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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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실패의 이유 3 : 시간과의 싸움

 

수출은 단기간에 운 좋게 성공될 수 있으나, 보통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다. 시차는 물론 거리상 제약으로 인해 단순한 대화 몇 마디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고, 의견 한 번 교환하는데 며칠씩 지나가는 일도 흔하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없는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는커녕  기본적인 여신조차 존재하지 않는 "신생 무역 기업"이 기회를 갖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설령 제품에 관심을 갖는 잠재 바이어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하더라도 샘플 단계에서 거래가 무산되는 일은 너무나 흔하고, 분위기 좋던 거래 상대가 아무 말도 없이 잠수 타는 일은 일상보다 잦다. 거래가 파투 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제품 경쟁력이 부족했거나 구매처의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다. 단순 변심일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국제 거래 사기일 수도 있다. 

이런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견뎌내며 한 번씩 떨어지는 기회를 잡는 게 수출이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 기간을 버티 내지 못한다.

고정비로 지출되는 무역 담당자 인건비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잠이 깨고, 다 이뤄질 것 같던 계약이 무산되면 이런 거 해서 뭐 하나 싶을 것이다. 만에 하나 운 좋게 거래 기회가 생겼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면? 이 노력, 돈 들여 이걸 해야 하나 고민되는 순간도 많을 것이다. 결국 이 시간을 지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은 이 글 처음 언급한 코스를 답습한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금방 될 일이라면, 수출 한 번 해보겠다고 요란 법석 떨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제대로 된 계획을 바탕으로 여유 있는 계획 속에서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함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무역의 본질과는 연결되는 문제이다.

LC거래를 하는 경우, 돈 받는 것만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것이 무역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time
무역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수출에 성공하는 중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회사에서 해외사업부장으로 팀원을 모집할 때, 간혹 이력서 상 본인이 수십억 거래를 일궈냈으며, 뽑아만 준다면 회사 무역 판로는 물론, 수십억 거래를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고 호언 장담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이상하게도 경력이 길 수록 자주 보인다.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무역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때로는 이런 이력서들로 인해 이제 막 수출을 시작하는 중소기업들이 무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러나 명심하자.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큰 회사도 처음 회사를 열어 자리를 잡을 때 까진 보통 많은 고난의 시절이 따른다는 것을. 

중소기업이라면 회사 규모가 어떻듯, 국내에서 어떤 입지에 있건 해외 시장에선 아무 배경 없는 초심자에 불과하다. 즉, 그 누가 오더라도 그 배경이 달라질 일은 없으며, 결국 정도를 걷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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