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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체계(시스템)가 중소기업을 망치는 방법 | 슬기로운 ㅈㅅ생활 #13

Roque Hong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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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도입한 업무 체계(시스템)가 중소기업을 망치는 방법

 

중소기업에서 또는 중소기업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업무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나람의 체계를 올리려 이것저것 외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도 있는 반면, 어떤 회사는 신규 시스템 도입을 포기한 채, 나름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에 의지하여 운영되는 회사도 많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체계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회사를 항상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도록 하자.

 


 

 

업무체계란? 회사 내에 업무체계가 필요한 이유

 

시스템이라 하니 조금 두루뭉술해 보이지만, 회사에서 시스템이란 업무 체계라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업무 체계는 뭔데? 직장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회사에 체계가 없다, 체계가 없어 일을 하기 너무 어렵다는 등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또 잘 없다.

업무 체계에서 체계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원리에 따라서 낱낱의 부분이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통일된 전체"이다.  이에 비춰본다면, 업무 체계는 일정한 원리에 따라서 업무 하나하나가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통일된 상태로 볼 수 있겠다. 즉, 시스템에 의한 업무의 진행, 관리 등을 생각하면 되겠다.

회사에서 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회사의 업무를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규격화, 통일화시키는 한편, 하나하나를 기록하여 업무 분장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일을 하도록 함으로써 인력 교체나 유출에 영향받지 않고 회사가 돌아가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본인 회사는 업무 체계가 없어 주먹구구에 엉망진창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정 기간 사업을 운영했거나, 업력이 짧더라도 사업이 성장하는 곳이라면 각자 나름의 업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체계가 아예 없는 회사라면 회사는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윤 창출에 가장 기초가 되는 용역이나 재화를 시기와 인력풀에 따라 동품질로 안정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가 어떻게 거래를 이어가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회사 안에 명문화된 체계가 없고 존재하는 업무 체계가 회사 업무 프로세스 전 범위를 커버하지 못할 뿐이다. 즉, 체계가 부족한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중소기업에 유능한 인재가 들어와 그 인재가 모든 일을 떠맡아하고, 구르다 구른 그 인재가 지쳐 나가떨어진 이후 회사가 휘청한다는 클리셰는 세고 센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항상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데, 그 회사는 그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기 전에도 "그 사람을 뽑아서 급여를 추가로 지불할 만큼의" 여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즉, 그 사람이 나가서 생긴 공백은 중소기업 특유의 부족한 체계에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지, 말 그대로 아무 체계가 없어 그 유능한 인재의 퇴사로 인해 회사 자체가 정말로 기우는 경우는 사실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업무체계 : 시스템이 독이 될 수 있는 이유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조직 유연성 상실

업무 체계의 부족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지는데,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시스템이 선천적으로 내제 한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우선 시스템은 늘 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 아니, 시스템은 오히려 업무 비효율을 불러일으키거나, 시스템이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기도 한다.
  2. 또, 시스템의 구축엔 오랜 시간과 비용(자본과 인력)이 소모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3. 무엇보다 한번 구축된 시스템은 유연한 변경이 어려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섞인 프로젝트에서 이슈가 터졌을때 중소기업이 의외로 유연하게 빠르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슬림한 조직 구조 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유연한 업무 체계에서 비롯한다. 

쉽게 말해, 대기업이 팀장, 부장을 거쳐 결재라인 타는 동안, 중소기업은 대표이사 결재를 다이렉트로 따서 자본이든 인력이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스템은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유연성을 정확하게 파괴한다.

중소기업에서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를 보면 오히려 업무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시스템 그 자체에 지나치게 메몰 된 나머지 유연한 업무 구조를 완전히 박살 냈거나, 이런 유연성의 상실에서 비롯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부작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혼란이 가중되면 기껏 도입된 시스템은 자리잡지 못하고 금세 퇴출될 수 있고, 조직원의 불만과 불신만 조장할 수 있다.

 

도입되는 시스템으로 인한 업무 효율 저하

시스템은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기 마련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보다 더 많은 노력과 자본이 소요된다. 보통, 시스템을 도입하는 중소기업들은 도입에 필요한 시간과 자본은 계산하더라도, 그 이후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자본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력"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 노력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즉, 시스템은 유지만으로도 추가적인 인력 투입을 요구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더라도, 중소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결코 달성할 수 없으며, 이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무언가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제품 개발에 열과 성을 다했지만 제품 생산력(납기, 불량률)이 떨어진다던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제품 단가를 맞추지 못한다던가라는 방향으로 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부족하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때 중소기업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중 하나가 바로 "인력"이다. 인력은 다른 자원과는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같은 재원이 들어간 인력이라도 "아웃풋"이 현저히 다를 수 있다는 것과, 회사의 의사에 반해 "언제든지 이탈"이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배경에서 중소기업에서는 단순한 업무들 뿐만 아니라 회사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 업무에서도 핵심 인재 역량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핵심 인재의 업무 효율은 해당 인재의 업무 자율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체계를 바로 잡는다면, 이러한 시스템 도입에서 비롯되는 "핵심인력 업무역량 저하"를 충분히 계산하는 한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시스템은 물론 도입된 시스템을 지탱할 "별도 인력"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 없이 시스템만을 도입한다면 기존 인력의 업무 효율성을 해치는 한편 불필요한 업무 가중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인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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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그 자체가 내제 한 문제점

도입되는 시스템 그 자체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이런 문제는 새로 온 인사 담당자나 높은 분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시스템에 정답은 없고, 회사마다 자신에게 맞는 고유의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100가지가 있다면, 100가지 사업 모델이 있을 수 있고, 100가지 내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당장, 같은 업종의 회사라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업무, 조직구조는 물론, 구체적인 BM까지 완전히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일단 새로 온 조직변경 담당자라면 해당 업계의 특성을 가장 먼저 확인해서 파악해야 하며, 이어 해당 기업의 특성을 확인하는 한편 이 기업이 왜 이와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에 확인한 뒤, 이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경우가 많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비슷해 보이더라도 막상 까놓고 보면 완전 서로 다른 기업 생태로 인해 새로운 담당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며, 부작용을 예측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이를 무시하고 시스템에 회사를 끼워 맞출 경우 시스템 그 자체가 새로운 회사의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

 


 

 

회사도 회사에게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잘 갖춰진 업무 체계"가 필요함은 명백하다. 규격화, 체계화를 통해 오류를 줄이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여 문제가 발생한 지점을 진단하고, 이슈를 정리하는 것은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업무 체계는 회사의 옷과 같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그 옷은 입을 수 없고,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옷은 패션 공해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무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회사라면, 그 시스템이 본인 회사에 맞는지,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회사에게 맞는 옷
회사도 본인에게 맞는 옷(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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