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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에서 갑과 을? 해외 바이어-셀러의 관계 | 무역인의 삶 #25

Roque Hong 202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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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거래에서 바이어-셀러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일까? 

 

"아니, 우리가 물건 사가는데 이 정도도 못 맞춰준대? 그냥 좀 해달라 그래!"

이전 회사에서 일할 때 들었던 말이다. 뭐. 사실 필자는 영업 관련 일을 꽤 오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B2B 거래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거래처로부터 듣는 말이기도 하다.

계약 관계상 물건을 사가는 쪽이 "갑"이 되어, "을"로 하여금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문화는 아닐 것이다. 애당초 대금 규모가 커질수록 구매하는 입장에선 더 나은 부수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마련이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발주 규모를 이어가기 위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러 비 공식적 요청들을 들어주는 것이 결코 손해만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무역 거래에서도 바이어(Buyer, 수입자)-셀러(Seller, 수출자) 사이에 이런 상 관습적인 요청을 넘어서는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할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무역 거래의 기본 구조, 그리고 무역 거래에서의 수익 구조

 

무역에서의 바이어-셀러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무역의 기본 구조와 각 당사자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역의 기본 구조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 물건을 사고 판다는 점이다. 대금을 지불했다고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물건을 보냈다 하여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장담할 수도 없다.

특히, 무역 거래의 경우 일반적인 국내 거래에 비해 운송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물류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자를 발주하거나, 전략적으로 특정 지역 내 거래품을 묶어 한번에 운송하기도 한다.

무역 수익 구조는 업계, 상품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어는 셀러에게서 구매한 제품을 가공 또는 그대로 국내에 유통함으로써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쉽게 말해, 무역은, 바이어가 필요한 제품을 해외에서 대량으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활용해 국내에서 일정 이윤을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셀러 입장에선 어떠할까?

셀러는 바이어와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벌기야 벌겠다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셀러는 "이미 구축된 다른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

무슨 뜻이냐면, 일반적으로 무역 거래가 시작되는 단계라면 이미 셀러는 본인 사업을 영위하기 충분한 거래처를 가진 상태에 또 다른 거래처가 하나 추가되는 상황이 일반적이라는 말이다. 특히, 무역 거래에서 거래 안정성을 위하여 중도금과 잔금을 나눠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고, 더 나아가 LC 신용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 정기적으로 대규모 발주가 이루어지는 거래처가 아니라면, 셀러는 이 거래 외에도 본인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업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을 것이다.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 - 거래가 끊기면 망하는 건 누구인가?

 

거래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거나 아직 많은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아직 충분히 거래 관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기 전이라면, 사실, 셀러 입장에서 바이어는 일종의 리스크 높은 투자처에 불과할 수도 있다.
투자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으나, 투자된 모든 비용이 메몰 될 수도 있는 곳이다. 바이어 역시, 새로운 구매처를 찾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셀러와는 반대로 바이어의 입장은 오히려 절박할 수 있다. 바이어 입장에선 사업 구조에 따라 공급망이 사라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파상의 경우라면, 거래처의 변심으로 자신의 판매 제품이 삭제될 수 있으며, 이는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시장 직접 진출로 최근 실현되어 버린 사례이기도 하다.
제조사의 경우, 공급망 다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공급망 이원화조차 불가능한 경우, 제품을 단종시켜야 될 수도 있다.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무역 분쟁이 벌어질 때, 핵심 자원을 무기 삼아 휘두르는 쪽이 수출국인지 수입국인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장기적, 정기적으로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경우

그렇다면 거래가 장기화된 경우라면 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딱히.. 에 가깝다.

거래가 장기화된 경우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무역 거래는 그 템포와 사이클이 매우 길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셀러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단일 바이어에게 올인하기 어렵고, 단일 바이어까지 말할 것도 없이 무역 자체에만 올인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는데, 무역이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셀러라 할지라도, 한국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해당 셀러가 한국 단일 거래처에 사활을 걸고 다른 모든 시장에서 말아먹고 있는 것 또한 상정하기 쉽지 않다. 애당초 한국 시장은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 내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겸 겸사겸사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으로 안정적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셀러라면, 일반적으로 다른 시장에 이미 진출하여 다른 거래처를 여럿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으며, 이로 인해 바이어와의 관계에서 결코 일방적인 을의 관계로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 정도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이어간다면 셀러 입장에서도 주요 거래처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만큼, 더 많이 신경도 쓰고, 관계를 쉽게 파탄내기 어렵겠지만, 이는 상호 전략적 "파트너"에 가까운 관계이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갑을관계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바이어-셀러 사이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사실, 물건을 산다고 비정상적인 요청이 이루어지는 관계를 건강한 거래 관계라 일컬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온다면, 갑과 을을 나누고 이에 따라 힘의 균형을 저울질하려는 시도가 잘못 되었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역 관계에서 바이어-셀러 사이의 파트너십이 특이하다 할 것이 아닌, 장기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이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역에서 바이어 입장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진행한다면, 상호 파트너십의 의미를 마음 되새겨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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