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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파상(오퍼상)을 한다는 것. 오파상 창업에 대한 고찰 | 무역인의 삶 #18

Roque Hong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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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실무자가 바라본 오파상의 현실

 

무역업에 발을 들이고 주재원장 파견을 나가기까지, 참 많은 박람회에 다녀왔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참 많은 업체를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알던 사람과 헤어지고.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닮았음에도 참 다른 삶을 사는 게 무역인의 특징이랄까.

그래서인지 내가 하는일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특히, 소규모 자본만으로 1인 창업이 가능한 오파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오파상에 대해 무역 실무자로서 바라본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지난 글이 구체적인 방법과 현실적 접근이라면, 이번 글에선 보다 사적이고 경험적인 이야기를 서술해보고자 한다.

 

 

오파상 뜻과 현실, 창업 비용과 수익 구조 | 무역인의 삶 #11

무역회사 오파상 1인 창업 비용과 현실 몇 년 전인가, 주변 지인들은 물론 여기저기서 무역회사 1인 창업에 대한 문의를 한참 들었던 것 같다. 그게 아마, 오파상 관련 창업 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tradehong.tistory.com

 

 


 

 

오파상의 삶 - 바이어 그리고 셀러 사이에서.

 

오파상은 중개무역상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어딘가에서 그 둘을 연결시켜 주는 일. 언뜻 들으면 뭔가 멋있어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난 멋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어로써 셀러만 상대하거나, 셀러로써 바이어를 상대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데, 이 둘을 모두 상대한다니, 솔직한 마음으로 대단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사실, 현 시점 제조업체 해외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필자도 커리어 중간중간 오파상 근무를 해왔다. 
나름 개인적으로 오파상 근무가 잘 맞긴 했지만, 그럼에도 서로 상이한 셀러와 바이어의 니즈를 조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끔 프로젝트에 이슈가 발생할 경우, 막 말로 나더러 대체 어쩌라는 거냐 싶을 때도 있고.

셀러나 바이어나 중간에 오파상이 끼어있는 경우, 오파상에게는 관계 생각 안 하고 본인 니즈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는 일이 참 많다. 아마도, 본인들의 막무가내식 요구사항이 결국 대화 당사자를 한 번 거쳐 필터링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편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오파상 입장은 참 곤란하다. 사이에 끼어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오파상이 중간에서 이 둘을 제대로 조율해 줄 수 없다면, 셀러와 바이어 입장에서도 굳이 오파상을 중간에 끼고 거래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오파상은 이 둘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 규모가 점점 커지고 오파상의 역할이 줄어들수록 오파상은 이 양쪽 거래처 모두를 상실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셀러 입장에서는 오파상에 들어가는 수수료 없이 물건을 넣을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바이어 입장에선 더 싸게 물건 구매가 가능하니, 어쩌면 오파상은 이 둘 사이에서 외줄 타기 묘기를 부리는 직업일 수도 있겠다.

 

 

작게 시작한다고 오파상 업무가 쉽고 적은 건 아닌데.

 

오파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사업을 통해 크게 무엇인가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보다는, 당장에 작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을 때가 많다. 뭐, 사실 오파상을 작게 시작한다면 정확히 이 니즈에 부합하기는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꽤 많이들 혼동하는 부분이 있는데, 작게 시작할 수 있다고 오파상 업무가 쉽다거나 범위가 좁은 게 결코 아닌데...라는 부분을.

사실, 오파상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업무량이 결코 작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어만 찾는 해외영업팀과 해외 아웃 소싱을 수행하는 구매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게 오파상이니까. 사실, 정확히 말하면 거래처가 많다고 오파상의 업무량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데, 반대로 말하면 거래처가 없다고 업무량이 막 줄어들지도 않는다.

즉, 짬내서 오파상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무역 실무 경험이 없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각종 용어부터 수익구조는 물론 통관에 세무까지. 작게 시작했어도 필요한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1인 기업이라면 당연히 모두 사장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오파상을 꿈꾸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 오파상을 하겠다면, 내가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설명해 주고, 많이 응원하는 편이다.
딱히 말려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사업 초기 필요한 자본과 인력을 카바할 수 있는 오파상은 분명 매력적인 직업이 맞으니까. 특히 그 누군가가 무역업에 근무하고 있다면, 오파상은 그 사람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본 독립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자본 독립의 꿈이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라면 이런 글 읽을 필요 없이 지금 당장 나가서 창업하고 장사하면 될 문제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용이 될 날을 꿈꾸며 개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실패 후 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적은 리스크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오파상은 분명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파상을 꿈꾸는 당신, 조금 더 버티고 노력해서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민하는 오파상 창업
오파상이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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