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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주재원과 사내정치 | 영국 파견 생활 #11

Roque Hong 202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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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주재원과 사내정치에 대하여

 

사실, 필자는 사내 정치가 싫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회사인 이상 어떤 형식으로든 사내 정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시간, 공간적으로 본사와 분리되어 생활하는 주재원은 본사 상황에 따라 이런 사내 정치에 아주 쉽게,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오늘은 이런 주재원의 사내 정치가 어떤 양상으로 발현되고 주재원을 망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중소기업 사내 정치의 양상

 

기업마다, 사람마다 발생하는 정치의 형태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소기업의 사내 정치는 아무래도 대기업의 그것보다 치졸한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굉장히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며, 사장이 이런 정치 싸움을 할 만한 사람 한 명, 한 명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에 정치 싸움이 사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게 된다. 기업 규모가 작을 수록 자원은 줄어들고, 사장의 입김은 강해지는 만큼, 업무 성과나 실패에 따른 징계보다는 사장 마음을 사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업무 성과가 배제된 채로 오직 감정싸움과 모함, 비방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이런 기업에서 사내 정치 싸움은 자신의 라인을 만들어 힘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고, 그럴만한 인재풀이 구성되기도 어렵기에, 개개인의 싸움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으며,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업무 과실의 진위 여부도 따지기 힘들어 사장의 마음에 따라 정치 싸움의 판도가 심하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주재원과 본사의 관계, 주재원 파견 초기의 취약성

 

자, 이제 중소기업과 본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자.

중소기업 주재원의 경우 그 인력이 현저히 적은 경우가 많으나, 파견 인력 자체는 회사에서 에이스들이 파견되는 경우가 많다. 본사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주재원을 관리할 수 있거나, 이전 파견 경험이 있어 효율적인 관리 협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보다 괜찮은 상황일 수 있지만, 처음 주재원을 파견하는 경우, 당연히 본사에서 이런 체계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이에 따라 파견된 인력 개개인의 능력, 특히 주재원장의 능력에 기대어 주재원 사업 전체를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주재원장이 본사에서 갖고 있던 권한과 권위는 대폭 축소되게 된다.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하루 고작 몇 번 통화나 메일을 통해 소통할 수 밖에 없는 주재원장은 더 이상 본사에 남은 직원들과 제대로 협업하기 어려워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파악도 어렵다. 

또한, 처음 파견되는 주재원 입장에서는 주재원 생활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도 상당하다. 국내에서 신 사업을 구상할 때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마당에 해외에서 사업체를 올리고 이를 운영하는 것에는 상상도 못 한 많은 장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깝게는 회계, 법률문제부터, 가족을 데려간 주재원들의 경우 가족들 적응과 생활에 관련된 문제까지도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초기 주재원이 자리잡는 시간 동안 주재원의 업무 구조는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이때 사내 정치를 통해 주재원의 목을 옥죄는 상황이 온다면 주재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

 


 

사내정치가 주재원을 망치는 과정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주재원은 파견 직후 본사가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기 쉽다. 우선 당면한 온갖 문제들이 주재원 업무 효율을 저하시킬 수 있고, 본사와의 협업 구조가 완벽히 자리 잡기 전까지 본사의 업무 지원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도 어렵다. 본사에서도 주재원 파견 경험이 없다면 주재원이 요청하는 사항들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고, 전례 없이 많은 요구로 인해 갖은 불만이 쌓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재원은 그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사내 정치에 휘말리게 된다면 주재원은 순식간에 사내 정치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주재원이, 초기 원하는 기대 성과를 이루어내지도 못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안 좋은 소문이 들리면 사장도 사람인 이상 흔들리 수밖에 없으니까.

일단, 사장의 믿음이 흔들리게되면 주재원은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과 지원에 더욱 제약이 가해지고, 본사에서는 더 자주, 강하게 협업을 거부한다. 

체계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주재원에 각종 보고나 업무 체제 확립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재원 의견은 묵살되거나, 아예 통보로 이루어지기도 하며, 이는 주재원의 상황을 점점 악화시킨다.

사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상황인데, 상술했듯 주재원은 본사에서 "신임받던 에이스"가 파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눈에 안 띄는 에이스의 빈자리를 두고 본사 내에서 경쟁이 발생하기 쉽고, 그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이스를 공격하는 일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껏 파견한 해외 지사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파견된 주재원은 뿔뿔이 흩어져 회사는 투자한 자본과 인력의 손실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내정치가 주재원을 망치지 않도록

 

사실,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선 사내 정치를 확실히 막을 권한과 힘이 있는 사장이 나서는 수 밖에 없다. 파견된 주재원이 사내 정치에 휘말리는 순간부터는 주재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무너져내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장이 주재원 상황에 관심을 갖고 주재원과 면밀히 소통함으로써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가능하다면 초기 주재원을 방문하거나, 함께 초기 세팅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현지에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자원이 투자되는 주재원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무너지지 않도록, 그로 인해 회사와 파견된 주재원 모두가 큰 상처와 피해를 남기지 않길 바라며 본 포스팅을 남긴다.

 

주재원의 사내 정치
주재원과 사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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